예를 들어,
IT스타트업이 개발자를 포함하여 3인의 공동창업을 하였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자본금은 3천만원 정도로 사업아이템이 확정되어 개발이 진행중인
극초기 스타트업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경우 시제품 혹은 목업에 가까운 수준으로 제품 혹은 MVP를 만들고,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조인하는 경우를 상정해 보겠습니다.
엑셀러레이터는 밸류에이션이 아직 없는 초기스타트업에게는 일률적으로 해당 엑셀러레이터에서 정해진 밸류에이션을 강제합니다.
보통 3천만원 수준으로 10%를 잡고, 약 3억원의 밸류에이션을 만들어 줍니다.
물론 금전적으로는 3천만원이지만, 무형의 가치가 훨씬 커서 보통 6개월~1년간의 무료 사무공간을 지원해주고, 여러 사업적인 조언이나 기타 많은 도움을 줍니다. 데모데이 등을 통해서 마케팅의 기회 뿐만 아니라 이후 투자라운드로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IR자료 등도 만드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 이후에는 엑셀러레이터가 추가로 투자하기도 하고, VC가 이어서 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의 밸류에이션은 기업의 전망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사업경험이 없고 매출이 아직 충분히 나지 않는 상황이면 기업가치 20억원 이상을 산정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 성장에 대략적으로 비례하여 기업가치가 산정되곤 합니다.
그런데, 엔젤라운드를 먼저 진행할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엔젤투자자들은 엑셀러레이터와 달리 사무공간을 제공해주거나 어떤 다른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개개인의 장점을 살려서 사업적인 도움은 줄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한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금액은 보통은 매칭투자를 생각하기 때문에 최소 6천만원 이상이 투자 금액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3천만원 + 3천만원의 1대1 매칭의 경우입니다.)
그래서 엔젤투자자 1~2명이 5천만원을 투자하면 기업에는 매칭펀드를 통해 1억원의 투자금이 들어오게 됩니다.
가치평가는 협상에 따르겠지만, 아무래도 엑셀러레이터의 천편일률적인 수준보다는 고평가를 받게 됩니다. 보통은 5억~10억원 정도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후 바로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이미 밸류에이션이 한번 만들어진 스타트업의 경우 엑셀러레이터가 동일한 밸류로 투자를 하게 됩니다. 예를들어 이미 기업가치가 10억원 (1만주 발행에 1000주가 1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인 경우 추가로 1억원이 투자되면 1000주를 발행하고 자본금에 1억원이 추가되게 됩니다. 이 설명이 어렵다면 기존 투자와 동일한 밸류로 투자하고 밸류를 깎지 않는다라고만 알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이미 다른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좋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빨리 성장할 원동력이 되고, 그 이후 시리즈A,B에서도 더 좋은 가치로 평가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면, 가장 좋은 활용 방법은 팁스(TIPS)를 준비중인 스타트업일 수 있습니다. TIPS운영사 입장에서 TIPS를 활용한 투자 그자체는 사실 페이퍼워크 같은 것이 귀찮고 관리 감독 받는 것도 귀찮고, 최종발표를 스타트업대표가 아니라 운영사에서 대신 해줘야 하는 특이한 방식 등 때문에 어차피 똑같은 투자할 거면 그냥 일반 투자를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고로 팁스운영사는 액셀러레이터인 경우도 있고, VC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TIPS운영사로서 가질 수 있는 장점 중의 하나는 지분을 투자금 대비 2배까지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건 해당 프로그램에 정해진 룰이기도 하고요. 몇년 전 더벤처스의 호창성 대표가 이런 관련으로 창업팀에 무리한 지분을 요구했다고 해서 구속수감되었다가 최종 무죄로 결론이 난 적이 있습니다.
엔젤투자를 통해서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정해지는 수준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먼저 만들어 놓으면, 엮여있는 계약이나 관례상 TIPS단계에서 밸류에이션이 내려갈 수는 없기 때문에 TIPS운영사에게 무리하게 지분을 내주지 않아도 되고, 밸류에이션도 적정 수준에서 유지 또는 올려갈 수가 있습니다.
호창성 대표 사건의 경우는 무죄로 판결이 났지만,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털이 그리 성숙한 스타트업의 동반자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얼마전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모 심사역이 자기가 받은 사업계획서를 참고하여 창업에 나선 사례도 있고, 그 외에도 NDA를 맺지 않는 관행등을 통해 주변에 회사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심사역은 기본적으로 기밀유지를 해야할 의무가 있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잘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해당 VC가 경쟁사에 투자했거나 투자검토를 했을 수도 있고 그 팀과 알고 지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사에 이미 투자했다면, 당연히 투자할 가능성이 없고, 경쟁사와의 경쟁에 불리한 정보만 뺐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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